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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밤, 서울 서초구에서 60대 남편이 암 투병 중이었던 50대 아내를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른바 '간병 살인'이 또 다시 발생한 겁니다.
당시 아내는 퇴행성 뇌 질환인 '파킨슨병'도 함께 앓고 있었는데, 남편은 아픈 아내를 홀로 간호해온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남편 역시 범행 후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가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 반복되는 '간병 살인'…통계도 없다
'간병은 누군가 죽어야 끝이 나는 전쟁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가족이라고 하더라도 투병 중인 환자를 돌보는 건 정신적, 육체적, 경제적 고통이 크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간병 살인'이 반복되는 이윱니다.
대표적으로 지난 2월 전주에서는 80대 남성이 뇌졸중으로 거동이 불편한 아내를 숨지게 한 후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습니다.
아내를 간호해 온 남성 역시 말기 암 환자였고, 남성은 "몸이 아파 아내를 돌보기 힘든 데다, 자식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다"는 유서를 남긴 뒤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지난해 5월 인천에서는 60대 여성이 중증 장애인 딸에게 수면제를 먹인 뒤 살해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38년 동안 딸을 돌봐온 여성은 딸이 대장암까지 진단받자 극심한 고통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법정에서 여성은 "당시에 버틸 힘이 없었고, 내가 죽으면 딸은 누가 돌볼까 걱정돼 여기서 끝내자는 생각이 들었다"며 눈물을 보였습니다.
경기도 시흥에서는 중증 발달장애가 있는 20대 딸을 숨지게 한 뒤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50대 여성이 재판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간병 살인'은 잇따르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선 정확한 통계조차 없습니다.
일본의 경우 '간병 살인'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자 '간병 살인'에 대한 통계를 따로 집계하고 있습니다.
■ 침묵하는 사회…"발 벗고 나서야"
전문가들은 간병 부담을 가족들이 온전히 떠안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이런 구조가 그대로 남아 있는 한, 비극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우리나라의 경우 빈곤과 질병을 명확하게 증명할 수 있을 때만 수당 등의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누군가를 돌봐야 하기 때문에 생업 또는 사회활동을 포기하는 사람을 구제할 복지 체계를 갖추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도 "돌봄 기간이 장기화되면 가족들이 힘들어지는 게 사실이다"면서 "현재 장기요양보험제도와 재가복지서비스 등이 이뤄지고 있지만, 하루에 3시간 정도에 불과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서비스 제공 시간 확대 등은 물론 각 특성에 맞는 복지 시스템을 만들어 가족 등의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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